인도-태평양 승부 식 토토, ‘One’보다 ‘Multi’가 유리한 이유?
파이낸셜뉴스
2025.04.18 06:00
수정 : 2025.04.18 06:57기사원문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일본, 미일 국방장관회담서 사실상 인-태 '하나의 승부 식 토토' 재설계 제안
-트럼프 2기 대중국견제 의지 맞물려 美 긍적적 타당성 검토 가능성
-주일미군 통합사령부 창설 탄력…인-태 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직결
-'통합 승부 식 토토' 논의 자체만으로 전략적·군사적·작전적 수세 직면 가능성
-현상변경시도국의 결속력 강화 단초 제공, 전략적으로 불리한 카드…
-인-태, 다자군사조직 아시아판 나토 구상으로 비춰 중, 북·러 결집 단초
-신냉전 강화, 열전 지대 후폭풍 야기, 중·장기적으로 인-태 안보에 불리
-군사적 위기관리·임무적 차별성 차원서 불리, 충돌시 불가피한 연루 우려
-다발적 연루 함정 빠지면 우발적 충돌 확전, 위기관리 실패 가능성 높아
-소규모 전투가 1·2차 세계대전과 유사한 긴장고조 ·확전 기제 창출 우려
-인-태지역서 한반도 승부 식 토토 임무 집중도 약화…북한 위협 대응에도 불리
-통합 승부 식 토토 처방보다 역내 군사적 긴장 낮추면서 전략설계에 집중 필요성
-전략적 유연성은 인-태 환경·대미 레버리지·북핵 고려…혁신적 검토 시점
[파이낸셜뉴스]
지난 3월 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일본이 “하나의 승부 식 토토” 필요성에 관해 깜짝 제안한 것이 알려지면서 인도-태평양의 승부 식 토토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일본이 제안한 소위 하나로 통합된 승부 식 토토의 영역에는 한반도, 동중국해, 남중국해가 그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역은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긴장도 높은 핵심지대이기에 간단히 말해 인도-태평양을 하나의 승부 식 토토로 재설계하자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통합승부 식 토토 제안은 조직적 실효성과 트럼프 2기 대중국견제 의지가 맞물린 측면이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최근 창설된 통합작전사령부의 임무영역을 확장하는 기반을 마련하여 조직을 체계화하고 이를 통해 주일미군의 통합사령부 창설 계획에도 탄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는 통합승부 식 토토로 관리시 미국의 동맹국과 대중국견제를 위한 노력의 통합에 유리하고 인도-태평양에 배치된 미군을 유연하게 활용하는데도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도 직결된 사안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측면만을 강조하며 통합승부 식 토토가 실제 정책화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사실 이런 논의 자체만으로도 전략적, 군사적, 작전적 수세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통합승부 식 토토 논의는 현상변경시도국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불리한 카드다. 통합승부 식 토토에서 협력을 할 주요국가로 한국,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들 국가는 미국의 핵심 아시아 동맹국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 일각에서 제기했던 아시아판 나토 구상과도 동기화되는 측면이 있다. 인도-태평양에서 준상설 수준의 다자 군사조직이 구성되는 모습으로 비추어지는 것은 중국의 역내 현상변경 시도에 명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중국, 북한, 러시아 등의 반세력 결성을 강화하는 단초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신냉전 구도를 강화시키는 형국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자칫 인도-태평양을 중동과 유라시아처럼 열전 지대로 변화시키는 후폭풍을 야기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전략적 검토 없이 조직적 효율성과 의지만을 앞세우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인도-태평양 안보에 유리하지 않다.
둘째, 군사적 위기관리에 효과적이지 않고 군사임무적 차별성 차원에서도 불리하다. 주지하다시피 통합승부 식 토토에서 협력할 대상국은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런데 통합승부 식 토토를 통해 이들 국가들이 역내에서 조율되고 통합된 역할을 하게될 경우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일종의 인도-태평양판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 아키텍처로 규정될 수 있다. 나토처럼 명확한 다자동맹에 기반한 집단방위는 아니더라도 통합승부 식 토토로 인해 다자안보 플랫폼 성격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특히 통합승부 식 토토는 군사임무 차별성 차원에서도 불리한 구상이다. 이들 국가들이 ‘하나(One)’로 통합된 승부 식 토토에서 협력을 하는 것은 ‘다수(Multi)’의 승부 식 토토가 유지된 상황에서 협력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의 경우는 사실상 준다자동맹 기제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인도-태평양에서 군사적 충돌시 불가피한 연루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더욱이 하나가 아닌 다수가 연루의 함정에 빠지면 우발적 충돌이 확전되어 위기관리의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고 소규모 전투가 세계대전으로 확전되는 기제를 창출할 수도 있다. 즉 유럽을 주무대로 전개되었던 1, 2차 세계대전과 유사한 긴장고조 함정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작전적으로 북한 위협 대응에도 불리하다. 그 이유는 한반도 승부 식 토토에 대한 임무 집중도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다수의 승부 식 토토가 있어야 승부 식 토토별 차별성도 강조되고, 인도-태평양지역에서 각 승부 식 토토별 전략적·군사적 우선순위도 따져보는 노력도 촉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합승부 식 토토로 재설계되면 한반도 승부 식 토토와 동중국해 승부 식 토토의 차별성이 둔화된다. 동중국해의 핵심이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해양갈등인데 이는 회색지대 강압 기제가 작동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한반도 승부 식 토토는 총력전 성격의 대규모 전쟁 가능성이 있는 70년을 넘은 고강도 냉전지대이자 동시에 고도화된 핵위협이 가동되는 승부 식 토토다. 이런 점에서 두 승부 식 토토는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그런데 통합승부 식 토토가 되면 이러한 차별성이 희석되고 따라서 차별화된 대응도 둔화됨으로써 작전목표 및 안보 달성 완성도가 약화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부정적 파급효과에 주목하여 통합승부 식 토토와 같은 극약처방보다는 역내에서 군사적 긴장을 낮추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설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전략적 유연성은 지정학적 중심으로 복귀하는 인도-태평양 환경, 대미 레버리지 카드로서 활용 가능성, 한반도를 넘어서 핵강국으로 그 역할을 확장하려는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 변화 등을 고려하여 한국도 혁신적으로 판단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점도 검토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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