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변론기일 16일로 잡았다 변경
윤 측이 소장 받으면 지정하기로
법조계 "인용 가능성 높지 않아"
국정농단 사태 때도 비슷한 소송
"국민이 입은 피해, 특정 어렵고
배상할 정도라 단정할 수 없어"
윤 측이 소장 받으면 지정하기로
법조계 "인용 가능성 높지 않아"
국정농단 사태 때도 비슷한 소송
"국민이 입은 피해, 특정 어렵고
배상할 정도라 단정할 수 없어"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윤석열 내란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 준비모임'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당초 오는 16일로 지정했다가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 윤 전 대통령 측에 소장을 송달하기 위해 기일을 추후에 다시 정하기로 했다.
이 모임은 만 19세 이상의 성년 105명이 참여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인당 10만원씩, 총 1000만원 규모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대통령 직무상 위법행위로 인한 일반 국민의 정신적 손해가 인정된 사례가 드문 만큼, 인용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실제 지난 2020년 12월 시민 1만여명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직무상 위법행위와 그로 인해 촉발된 일련의 상황으로 분노 등 주관적 감정을 느낀 국민이 있더라도 모든 국민이 배상이 필요할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 국민적 피해를 특정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만일 특정되지 않은 일반 국민의 손해까지 인정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인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원고가 불법 행위와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데, 특정 개인이 윤 전 대통령의 행위로 어떤 실질적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 전체가 입은 피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행정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도 "비상토토 사이트 선포가 새벽에만 유지됐고, 그로 인해 위자료를 청구할 만큼 실질적인 충격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가 크다"며 "인정된다 해도 실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소수에게만 제한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관건은 비상토토 사이트 선포로 인해 실제로 구체적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다. 단순한 심리적 충격을 넘어 현실적 피해가 있었다면 인용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토토 사이트 선포로 국회 인근에서 구급차에 탄 환자 이송이 지체돼 생명에 위협을 느꼈거나, 토토 사이트 선포 이후 주가 급락으로 재산상 손해를 입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또는 5·18 유공자 가족처럼 비상토토 사이트 선포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이 정신적 충격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다면 실질적 이익을 구할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법원은 국민의 기본권 권리 침해에 대한 국가 책임의 범위를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2022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정희 정부 당시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구금된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했다. 긴급조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이 공무원의 위법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도 국가배상책임으로 인정된다는 내용이었다.
비상토토 사이트 사건은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과는 달리 직접적인 피해보상을 구해 볼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의 경향은 국가의 책임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토토 사이트선포는 국민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행정행위라 박 전 대통령 사건과는 구별된다. 특히 토토 사이트포고령이 발효된 지역 국민이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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