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잇단 흉기 난동사건
혹시 모를 위협에 불안감만 증폭
외출 삼가거나 갈등 회피에 급급
정부 차원의 안전 확보 대책 필요
혹시 모를 위협에 불안감만 증폭
외출 삼가거나 갈등 회피에 급급
정부 차원의 안전 확보 대책 필요

지난달 22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마트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주민 박모씨(35)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집에서 마트를 지나 미아역까지 가는 10분 동안 촉각을 곤두세우며 빠른 걸음으로 걷곤 한다고 했다. 박씨는 "퇴근길에 사람이 적지 않은 편이었는데 요즘은 주민 발걸음도 뜸한 편"이라며 "외출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인기척에 놀란다"고 하소연했다.
도심 한복판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며 시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의중앙선 망우역 인근 성인 게임장에서 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6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뒤 시민들은 일상 속 큰 공포감을 느끼고 있었다. 서울 강북구 주민 백모씨(73)는 "며칠 전 누군가 이유 없이 시비를 걸었는데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면서 상황을 피했다"며 "운전할 때도 잘못한 일이 없이 없더라도 무조건 사과하라고 지인들에게 말했다. 비상등 켜고 미소를 보이면 더 좋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전했다.
마중을 나가거나 외출을 최소화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주민 김모씨(77)는 "아내 안전이 걱정돼 매일 데리러 간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전모씨(29)는 "지난 주말에 예정된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만 있었다"고 푸념했다.
시민들이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안전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흉기 난동 사건으로 불안감이 증폭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28.9%로 2년 전보다 4.4%p 감소했다. 사회가 5년 전보다 안전해졌다는 비율은 21.9%였다. 2년 전보다 10.4%p 줄어들었다. 가장 큰 불안 요소로는 범죄(17.9%)가 꼽혔다. 범죄는 경제적 위험(16.5%)이나 국가안보(16.2%)보다 순위가 높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범죄가 잇따르며 불특정 다수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불안도 자체가 높아졌고, 불안을 자극하는 각종 요소에 대한 민감성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통상 4월부터 강력범죄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토토 솔루션 불안이 더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력범죄는 △1분기(1~3월) 5665건 발생했으나 △2분기(4~6월) 5780건 △3분기(7~9월) 6211건 △4분기(10~12월) 6211건 등이 발생했다. 살인·살인 미수 발생 건수는 △1분기 185건에서 △2분기 204건 △3분기 207건 △4분기 201건 등 순으로 집계됐다. 서울의 한 경찰서 과장인 B경정은 "날씨가 풀리고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철 범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개개인이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노력이 추가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상 속 경계심은 안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일상생활에 해를 끼치고 불안증이라는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며 "사건 발생 이후 정부가 재발 방지, 안전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려줄 때 불안감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미아동 한 마트에서 1명을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김성진(32)을 이날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범행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 충분한 증거,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근거로 김성진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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