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코르: 21세기 글로벌 통화 질서를 묻다-3회]

글로벌 통화 질서는 비대칭적 경제력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역사의 무대다. 전후 통화 질서는 군사력과 지정학적 역학 관계 속에서 형성됐고, 그 결과 단일 국가 통화에 의존하는 기축통화 체제는 본질적 한계를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지적한 인물은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이다. 1960년 미국 의회 연설에서 그는 "세계 경제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려면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지속해야 하고, 그러나 적자가 누적되면 달러에 대한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기축통화국은 유동성 공급과 통화 신뢰라는 양립할 수 없는 목표 사이에 놓인다.
트리핀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토토 사이트 먹튀 검증를 금에 연동하고 각국 통화를 토토 사이트 먹튀 검증에 고정하는 이중 고정환율 시스템을 기반으로 했지만, 세계 무역이 팽창하면서 토토 사이트 먹튀 검증 공급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에 의존하게 됐다. 이 구조적 모순은 무역 불균형 조정을 어렵게 만들었고, 누적된 적자는 토토 사이트 먹튀 검증 신뢰를 약화시켰다. 결국 1968년 '골드 풀(Gold Pool)' 붕괴, 1971년 '닉슨 쇼크(금태환 중단)'를 거치며 브레튼우즈 체제는 막을 내리고 세계는 변동환율 체제로 넘어갔다.
그러나 위기는 여전했다. 레이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 정책은 대규모 국채 발행을 유발하며 금융시장의 과열과 취약성을 키웠다. 동시에 연준 의장 폴 볼커의 초고금리 정책은 강달러를 초래해 경상수지 적자를 더욱 악화시켰다. 결국 1985년 '플라자 합의'로 달러 가치를 절하했지만, 근본적 구조 불균형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이후 글로벌 자본 이동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국채와 금융자산은 글로벌 유동성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외환보유 다변화와 글로벌 금융기관의 달러 자산 수요가 결합되며, 세계 경제는 미국 국채 금리에 구조적으로 종속됐다. 이 결과 미국의 통화정책은 글로벌 금융 불안정성의 주요 촉매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공급된 막대한 유동성은 실물 경제보다 자산시장으로 쏠리면서 자산 가격 급등과 레버리지 확대를 촉발했고, 글로벌 부채 누적과 금융 불안정성을 심화시켰다. 오늘날 '현대적 트리핀 딜레마'는 기축통화국이 글로벌 유동성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부채와 금융자산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하는 구조적 압력과 그 과정에서 통화 신뢰 약화와 시스템 리스크 심화라는 딜레마적 긴장이 병존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균열이 깊어지는 세계는 이제 달러의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무거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무역 결제 통화 다변화, 블록체인 기반 CBDC와 디지털 자산 실험은 이를 모색하는 초기 시도다. 미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운명은 단순한 통화 패권 이동에 달려 있지 않다. 이제 세계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 '코즈모폴리탄 통화 질서-초국가적 유동성 관리와 탈중앙형 통화 거버넌스'를 향한 긴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 이는 각국 통화 주권을 넘어서는 인류 공동의 신뢰를 향한 첫 도전이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 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
■다음 회차에서는 이 제약된 질서를 넘어 등장한 ‘탈국가적 통화 실험 — 비트코인의 의미와 한계, 그리고 그것이 제기하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색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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